가슴이 공허하오. 나선형으로 빨려들어가는 검은 구멍이 생긴 것 같소.
억지로 웃거나, 친구와 대화를 하거나 술을 마시는 걸론 소용이 없소.
알코올을 들이부어도, 위로의 말도 이 안에선 아무 의미도 없소.
이것은 실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오.
고백하자면, 투신이자 상실에 대한 이야기라오.
내 선택에 대한 후회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후회와 실망의 경계에 닿아서 언제라도 그와 같은 마음으로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을 안다오.
하지만
난 도망치지 않을 것이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점점 가라앉을 것이오.
오늘 나는 한 사람을 붙잡았소. 그를 붙잡기 위해 나는 씁쓸한 미소를 띄고 그가 떠나선 안될 이유에 대해 <span style="letter-spacing: 0px;">논리적으로 </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이야기했소. 그는 논파 당했고, 나는 논파 당한 그가 마음 상하지 않도록 기운을 복돋아 주는 이야기를 하며 </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 그를 </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위로했소. </span>
그는 내게서 용기를 얻었겠지만. (그는 상처가 많은 이였으니까. 그 상처를 직시하는 이를 처음 봤을 테니까.)
나는 씁쓸한 마음에 떠돌아다니고 있소.
이전에는 마음에 맞지 않는 이가 있으면,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그냥 불같이 화를 내곤 했었소.
사소하게는 어느 새댁이 자신의 아이에게 나를 빌미로 "조용안하면 아저씨가 이 놈 한다." 라는 말에도 불같이 화를 냈었고.
그저 어깨를 부딪친 뒤 '시발' 이라고 말한 아이들과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했소. 외면하기도 했고,
그저 나와는 어울릴 수 없는 사람들을 나누면서, 히스테릭하게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지.
그런데 오늘로 나는 정말로 어른이 되어버린 것만 같소.
나는 헐벗은 느낌이오. 벌거벗은 채로 추위를 견디기 위해 황야를 걷는 느낌이라오. 혼자서. 고독하게.
책임감과 그 밖의 여러 외부 요인을 계산하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나 마저도 죽이길 주저하지 않는 어른.
나는 친구를 찾아가야 했지. 이전처럼. 어쩌면 뭔가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
친구와 대화를 하며 웃었으나, 이전과 달리 나의 이 불안한 공허는 메워지지 않았나보오.
이것은 점점 넓어져 나를 잡아먹는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소.
왜 하필 이런 사소한 일에서 이런 마음을 품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소.
왜 하필 오늘, 나는 이렇게 되었나도 고민하고 있소.
일전에 지쳤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이것은 지친 것과는 다른 것만 같소. 뭔가를 놓친 것 같은데, 이 놈은 도무지 다시
쥘 수도 없고, 설사 다시 쥐어도 이전과는 같지 않은 것이 될 것임을 나는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소.
중요한 것은 인정인데 나는 이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소. 그런 것 같소.
<span style="letter-spacing: 0px;"> -1987. 01. 23</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span>
아버지는 오늘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고 하셨고, 형이 걱정된다고 하셨다.
~야. 아빠는 형이 너무나도 걱정된다. 형이 잘 자는지 확인해다오.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독서실에서 형이 오길 기다리면서 아버지의 방으로 갔다.
어머니의 흔적이 사라진 아버지의 방을 정리하면서ㅡ, 오래된 사진과 오래된 다이어리들을 보았다.
<span style="letter-spacing: 0px;"> 누렇게 낡고, 번지고 쭈글쭈글 해진, 젊은 시절의 아버지(나와 놀랍도록 닮아서 어딘지 서글퍼지는) 사진과 </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그 사진을 담고 있던 다이어리들. 그 안에 휘갈겨 넣은 오래된 흔적들을 정신없이 읽었고, 또 기이한 감상에 빠졌다.</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아버지는 언제까지나 스스로를 아빠라고 지칭하실 것만 같아.</span>
내가 막내라서라기보다는, 내가 너무 어릴 때 오랫동안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해외에 계셨기 때문일지도 몰라.
아버지는 내가 아이에서 청년이 되는 과정을 보지 못했지.
해묵은 아버지에 대한 이유없는 분노 때문에, 아버지의 기록들을 태워버렸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읽기를 거부했었다.
종종 기록을 하시던 아버지였지만, 아버지는 이제 기록을 잘하지 않으신다.
<span style="letter-spacing: 0px;">아버지 글씨 잘 쓰쎴네. 집에 돌아와 나를 발견한 형은 함께 아버지의 기록을 보다가 그렇게 말했고, 나는 그러게. 라고 대답했다.</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우울한 목요일이었어.</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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