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인 테마는 "피요르 드라이브"라고 적어놓은 바 있으나, 사실 오늘은 거의 이동하는 일정이라고 보면 된다. 회픈에서 출발하여 숙소인 에이일스타디르까지 약 300Km를 이동해야 하는데, 아이슬란드의 남동부에서 동쪽으로 가는 이 날의 일정에는 관광지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 다만 세이디스피요르라고 하는 '월터 미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나왔던 조그마한 피요르 마을이 있을 뿐. 내일 대망의 데티포스를 가기 전에 전열을 가다듬는 모드라고나 할까?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에 의해서 알려진 겨울 운전이 꽤나 어렵다는 3대 난코스 중 2군데가 오늘 일정에 몰려있기 때문에 약간은 긴장하고 운전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일시 : 2015년 10월 25일 10시 40분
장소 : 듀피보구어(Djúpivogur)의 Eggin i Gledivik(The Egg of Merry Bay)
설명 : 여행 계획을 짜면서 정말 이 날의 일정에는 아무 볼 거리가 없는가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곳. 대단한 곳은 아니고 그냥 계속 차만 타고 가기가 뭐해서 일정에 넣은 곳이다. 그리고 가는 길에 있기도 하고... 그냥 조각상이 있는 해안가라고 보면 되는데 저기 있는 계란 같은 것은 알의 조각이다. 한 예술가가 아이슬란드에 서식하는 모든 새의 알 모양을 그대로 조각해서 주루룩 늘어놓았다. 받침대에는 이것이 무슨 새의 알이다라는 것이 적혀있다. 내가 아는 새의 알이라고는 달걀과 메추리알 정도라서 알이 다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미묘하게 다르더라. 비율이라든지, 알끝의 뾰족함이라든지...
일시 : 2015년 10월 25일 11시 51분
장소 : 939번 도로
설명 : 듀피보구어에서 숙소가 있는 에이일스타디르까지 사이에 겨울 운전 3대 난코스 중 하나인 939번 도로가 있다. 이 도로가 왜 유명하냐면 좀 위험하지만 지름길로 갈 것이냐? 아니면 평이하지만 무지막지하게 돌아가느냐의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939번 도로를 타고 가면 19Km만 가면 되는데 돌아가는 길인 1번 국도로 가게 되면 80Km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4륜구동 SUV+스터드 윈터타이어의 힘을 믿고 939번 도로를 선택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위험하지는 않았는데, 오르막길(급경사+커브)을 한참 올라서 높은 평원을 달리다가 내리막길(급경사)을 가는 코스라서 그 부분만 조심하면 될 듯 했다. 대략 저런 풍경이고 길이 얼어 있어서 좀 아찔한 곳도 있었지만 어느 곳을 둘러봐도 하얀 고원을 달리면서 Queen의 I was born to love you를 들으니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일시 : 2015년 10월 25일 13시 14분
장소 : 에이일스타디르(Egilsstaðir)
설명 : 알공원에서 200Km를 달려 도착하니 점심 때, Cafe Nielsen이라는 식당에서 저렴한 가격에 점심 부페가 있다기에 찾아갔더니, '겨울 동안은 쉬어요. 내년 5월에 뵈요~'라는 쪽지가... 우리나라의 추석과 설날만 쉬고 24시간하는 감자탕집을 생각하면... 만약을 대비해 알아온 Plan B 식당에서 비프 햄버거를 시켰다. 위의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약 2만원. 그래서 우리는 햇반을 가져가야 합니다.
일시 : 2015년 10월 25일 12시 32분
장소 : 93번 도로
설명 : 겨울 운전 3대 난코스 중의 두번째인 93번 도로. 이 도로는 에이일스타디르에서 '월터 미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찍은 세이디스피요르로 가는 도로이고, 그 영화에서 벤 스틸러가 롱보드를 타고 다운힐을 하는 바로 그 도로이다. 역시 급경사에 커브 많고 눈길이라 조심해야 하는 길. 가기 전에는 무리해서 가지는 말자라고 생각했는데 아이슬란드 도로상황 웹페이지에 Slippery라고 뜨는데도 그냥 다녀왔다. 초보운전인 내가 큰 어려움 없이 다녀온 걸 보면 난이도에 약간은 인플레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시 : 2015년 10월 25일 12시 32분
장소 : 93번 도로
설명 : 저 길의 끝에 세이디스피요르(Seydisfjordur)가 있다.
일시 : 2015년 10월 25일 14시 45분
장소 : 세이디스피요르(Seydisfjordur)
설명 : '월터 미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벤 스틸러가 사이렌 소리를 듣다가 아이슬란드 주민이 몰고온 소형차에 올라타고 화산 폭발을 피하는 장면이 바로 이 Hotel Aldan앞에서 찍은 신이다. 93번 도로를 타고 세이디스피요르에 들어오자마자 만나게 된다. 예전에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Once' 촬영한 곳을 가 본 후 처음 영화속에 나오는 곳을 가보았다.
설명 : 세이디스피요르는 작고 예쁜 마을이었다. 사실 원래 계획 상 이 곳에 숙소를 잡기로 했는데 혹시라도 눈이 많이와서 길이 막히면 어떡하지라고 갑자기 쫄보가 되어서 숙소를 에이일스타디르로 바꾼 것을 잠깐 후회하게 만들 정도로 예쁜 마을이었다. 이른바 유럽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일시 : 2015년 10월 25일 16시 42분
장소 : 에이일스타디르(Egilsstaðir) Guesthouse Olga
설명 : 오늘의 숙소였던 올가 게스트하우스. 되도록 피하는 공용욕실 사용 게스트하우스였는데 방이 4개에 욕실이 3개(샤워칸이 4개가 아니라 진짜 욕실이 3개)라서 아무 불편이 없었다. 그리고 가정집 냄새가 물씬 났다. 여기도 전화하면 '먼저 들어가 있어. 내가 나중에 갈께' 스타일.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나중에 왔는데 여기 말고도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한다는 듯. 65유로라는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의 괜찮은 숙소였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그나마 나아진 물가가 저 정도래. 마트물가는 좀 나은데 식당은 많이 비싸더라. 아이슬란드 인구가 32만명, 그 중 20만명이 수도인 레이캬비크 인근에에 몰려살고 제2의 도시인 아큐레이리가 2만명이 안되고, 오늘 얘기한 듀피보구어는 4백명대, 에이일스타디르는 2천2백명, 세이디스피오르는 6백명대 인구야. 사람보다 양이 많다더라. 절대적으로 사람이 없어. 링로드를 달려도 앞뒤로 차가 시야에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 차가 세대 정도 서있으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