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만나러 간다고 했었잖아,
동생 만나는 길이 어찌나 길던지,
그래도 마냥 좋더라. 날씨도 좋고.
공황장애도 우울증도 다 괜찮았어.
잠도 설치고 갔는데도 화장도 잘 먹고.
날아갈 것 같더라.
손님이 많아서 바쁘다고 좀 기다리라길래
근처 커피숍에 들어갔어,
동생이 차를 파는데 그 근처 커피숍에 가 있다니
기분이 이상했어.
남동생은 여전히 좋더라,
조금 핼쓱했어.
어색하겠지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않았어.
가벼운 신변잡기, 새아가랑 어찌 지내는지,
아빠가 날 보고 싶어한다는 것,
아빠는 건강하시다는 것,
공동의 친구 동생 선배들은 어찌 지내는지.
누나 정말 많이 아프거나
병이라도 난 줄 알았다고.
다들 그리워한다고.
엄마 얘기를 하는 순간에는 뭐라고 말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순식간에 세시간쯤 보내고 담배를 나눠피고
저녁타임이라 가게로 가봐야한다기에
일어섰는데 아쉬웠어.
한참을 빙빙돌아
다음 지하철역에 데려다주더라.
누나야 요기서 타면 덜 힘들다.
헤어지기 싫어서 나 볼일있는데,
너가 여기 볼일있어 온 줄 알았지! 하고 말했어.
지하철 출구를 걸어올라가는 동생을 한참 봤어.
그애도 몇번이고 되돌아보더라.
돌아서서 거리를 한참 쏘다니다가
지하철을 탔는데 손도 떨리고 멍하고.
너무 피곤해서 화장도 못 지우고 바로 쓰러져서
자다가 일어나니 벌써 밤이 깊어서
남편이 와 있더라,
좋았냐 히죽히죽 웃길래 좋았지! 하고 대답하며
있었던 일들을 종알종알 얘기하는데
눈물이 후두둑 쏟아지더라.
한참을 끄윽끄윽하다가 겨우 나온 소리가
엄마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엄마 빨리 죽어버리면 좋겠어, 라고.
내가 없으면 남동생과는
알콩달콩 깨 쏟아질줄 알았어.
내가 없으면 행복할 줄 알았어.
그런데 나에게 올 당신의 증오와 분노가
온전히 남동생에게 옮겨간거더라.
알잖아, 엄마. 가족한테만 모질고
타인에게는 둘도 없는 좋은 사람인거, 라고
남동생이 힘없이 웃으면서 말하는데
정말 기절할 것 같더라.
내가 내 목을 조르고싶더라.
나에게 끊임없이 연락을 한 건,
내가, 내가 누구보다도
그걸 잘 이해해줄 사람이어서였던건데
남동생은 나를 엄마에게서 늘 지켜줬었는데
나는 그 애를 지켜주지 못했던 거였어.
그냥 나 혼자, 나만 없으면.
그렇게 생각했던거였어.
보고싶어서 울었던 날들도
새아기의 블로그를 엿보며 쓰라려했던 날에
내 동생도 똑같이
그렇게 상처받고 있었던거였어.
<span style="letter-spacing: 0px;">근데 이젠 괜찮다.</span>
장사도 ㅎㅎ 요새가 우린 성수기다아이가, 하고
누나 다리가 새다리다. 이래가지고 걷나?
우야노 이님,
하며 <span style="letter-spacing: 0px;">뒷 말을 흐리던 게, </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튼튼한 내 두다리를 걱정하던게 , </span>
어떤 심정이었을지 정말 너무 잘 알아서.
말이 별로 없는 그 애가 쉴 새 없이
내가 미처 말 할틈도 주지않고
말을 쏟아내던게 어떤 의미였는지
너무 잘 알아서,
나는 이렇게 몇년을 참았는데.
보고싶어도 꾹꾹 눌러 담았는데.
식도 못 보고, 새아기도 못 보고.
연결된 모든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살았는데.
그게 다 소용없는거였어.
나는 그 애를 지켜줘야 했었던 거였어.
그걸 몰랐었어, 나는.
정말. 죽고싶다. 죽고싶더라.
억울하고. 이럴수가있나.
백곰도 말을 못 잇고,
좀 진정된 것 같아서 여기에 쓰자 생각했는데
지금도 눈물이 막 쏟아진다.
그래도 동생은 나랑은 다르더라,
내가 잘못했으니 엄마도 미안하다하소,
엄마한테 그 한마디 못 들으면
내가 평생 맘에 응어리가 질 것 같아 그러오.
울며 받아낸 억지사과에
훌훌 다 털어냈다고 웃더라.
나는 지금도 엄마를 증오해.
우리 남매에게서 떨어졌으면
남아있는 눈마저 멀어서
남동생에게서도
새아가에게서 비참하게 버려졌으면 좋겠어.
자식이라는 걸 잊었으면 좋겠어.
고통스러웠으면 좋겠어.
죽었으면 좋겠어.
버려져서 하루하루 원망하고 후회하다가
비참하게 죽어버리면 좋겠어.
그렇지만 내 동생은 ,
절대로 그런 일을 생각조차 못하겠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심장이 찢어질거같다.
가족이 뭔지, 나는 모르겠다.
이렇게 증오할 수도 있는거야?
자식이 부모를 이렇게 증오하고
부모가 자식을 이렇게 상처줄수도 있는건가
이렇게도 자각도 없이, 이럴수있는건가
자각조차없으니 내 증오는 갈 곳조차 잃어.
이렇게 울컥울컥 치밀어오르는데
제대로 된 방향조차 잡지를 못해.
안으로 안으로만 침식해서 되려 나를 괴롭혀.
지켜야 할 것에서 눈길을 거둬가.
내 평생 시달려왔던 상처를
동생도 가지고있다고 생각하니까 죽고싶다.
누나 이해한다. 내가 엄마 그렇게 못하게할께.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너는 나를 이해못해,
너는 그 지긋지긋한 책임감을 좀 버려,
엄마랑 나는 안돼. 이제는 포기해 좀.
그렇게 살면 니가 병들어.
중간관리자가 제일 힘든거야
포기 좀 해. 너는.
말하면서도
그 애가 나를 사랑하기는 해도
(언제나 그럴거라는
<span style="letter-spacing: 0px;">그런 불가사의한 믿음이 있었어</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span>
절대로 그 애가 나를 오롯히 이해하는 날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누가 내장을 헤집어놓은것 같다.
그 애, 아빠한테는 말을 못했을거야.
아빠는 항상 우리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니까.
항상 당신이 못 해준 것들
지키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괴로워하는 양반이니까.
그러지않아도 되고 그럴 필요도 없는데..
아빠는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도
십년전에서부터 알면서도
당신때문이라고 생각해서
나에게는 담배 그만 피우란 말도 못하는
바보야 바보..
아빠 금연했어.
담배가 진짜 몸에 안 좋아, 하고
넌지시 돌려말하는 바보야.
아빠 나 기다리시면서 담배 태우시는거
내가 다 봤는데. 무슨 금연을 했다고.
예전같았으면 나를 반 죽여놨을텐데.
싫은 소리 한마디를 안해.
그래서 내가 아빠를 못 만났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이 남자들을
대체 어떻게 지켜줘야하지,
어떻게 해줘야할까
내가.
아 그래. 그러고 보니 우리 아버지도 바깥 사람들에겐 '괜찮은' 사람이었지.
빈소에서 나 태어나고 집안에서 어떤 수모를 당해왔는지 엄마가 술에 취해 쏟아낸 말들에서 우리 가족이 내 30살 전까지 간신히 버텨왔다는 게 그때서야 실감이 났음.
# | 제목 | 글쓴이 | 조회수 | 등록일 |
---|---|---|---|---|
참외 롭 [1] | ooo | |||
프랑스 전투식량 [3] | 종이날개 | |||
다들 안냥 x 3 [7] | 관리자 | |||
마블 아이언 피스트 공식예고 (넷플릭스) | 뭐! | |||
...... x 53 후방주의 [5] | Apostle | |||
휴대폰 거치대 x 2 [1] | prairiedog | |||
근황 겸.. x 4 [20] | 난바 | |||
Mangio, bevo, vivo : 점심을 먹자 x 6 [5] | SB 로보 | |||
배가.. 고프다.... x 5 [4] | 관리자 | |||
개 한마리 봤는데 x 2 [5] | 관리자 | |||
좋은 아침 [1] | prairiedog | |||
주말에 [2] | 김사비 | |||
일요일 다시 열어주세요 x 38 후방주의 [10] | Apostle | |||
새해들어서 가장 빵 터진짤. x 2 [2] | 반난 | |||
카오스인 이유는 [4] | 자택경비원 | |||
[전주 청년몰] 바, 차가운 새벽 x 4 [13] | 관리자 | |||
월요일 연다 x 1 | prairiedog | |||
날이 좋아서, (5) [4] | 뱀프장군 | |||
날이 좋아서, (4) | 뱀프장군 | |||
날이 좋아서, (3) | 뱀프장군 | |||
날이 좋아서, (2) [4] | 뱀프장군 | |||
날이 좋아서, [2] | 뱀프장군 | |||
월요일 열겠습니다. x 8 후방주의 [4] | 소금 | |||
일요일 닫습니다. x 25 후방주의 [10] | Apostel | |||
悲歌_S.E.S | 뱀프장군 |
Copyright © 2024 아스카와 나의 신혼방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