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이후 압구정에서 신도림역 오기는 꽤나 까다롭다.
일반적으로는 교대역에서 2호선을 갈아타면 한번에 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시간에 비오는 강남에서 콩나물 시루와도 같이 빽빽히 들어찬 2호선을 탄다는 건 괴롭다. 그래서 돌고 돌아 고속터미널에서 죵뇌빠른 9호선 급행을 타고 노량진-신도림행을 택했다.
디큐브시티 쪽 출구를 나와 우산을 펴 들고 걸어가려는데 서너 걸음 옆에서 30대후반~40대초반 되어보이는 남자가 말을 건다.
자기는 효도 공부 하는 사람이란다. 음. 대순진리회 계통인가.
한때 사이비종교 연구를 취미삼아 하며 관련도서를 읽었기에 소위 "도를 아십니까" 계통의 사람들이 접근할 때 마다 너무 재미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나 하는데 일단 평소 하듯이 얼굴빛이 좋다느니 뭐 하는 분이냐느니 하면서 접근을 하다가 제사는 지내느냐 등등 전형적인 이야기를 한다.
침착하게 횡단보도에 불이 들어올 때 까지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관찰을 해 보니 입으로는 열심히 말하는데 눈이 죽어있다. 자기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라기보다 머릿속에 외워둔 걸 그대로 꺼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오늘같이 하늘에 구멍난 날씨에 신발 밑창이 축축해져가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는 아저씨를 보고 있자 하니 측은했다.
이야기는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들어와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할 때 까지도 이어졌다. 조만간 버스가 올 때가 되었길래 한번 던져봤다.
"결국 사람은 무슨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죠. 결국 모든 사람이 가게 될 길은 파멸뿐입니다."
한 2분 정도 어떻게든 말을 엮어내보려고 하던 남자는 횡설수설에 빠졌고 나는 600번 버스가 오네요 한마디를 남기고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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