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이 새끼가 또..'
인터넷 어느 한 구석 게시판, '미사토와 나의 사랑방'의 운영을 맡은 강리자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최근 유저 중 한녀석이 매번 글을 남기고, 일정시간이 지난 후엔 내용을 날려버린 뒤 제목마저 '..'으로 바꿔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아예 날려버리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규칙에 <span style="letter-spacing: 0px; line-height: 1.6;">위반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뒤늦게 글을 보게될 때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 참을 수 없었다. </span>
'쿠첸..쿠첸 이 새끼..'
그가 남긴 '..' 글을 클릭하면 묘한 짤들만 덩그러니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련의 흐름들을 지니고 있었다.
분노..연민..쓸쓸함..그리고 애처로움과 외로움. 야짤을 주워올리는 내일의참말, 살외음과는 다른 차원의 부류였다.
그는 왠지 자신을 향해 남기는 메세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게시글당 조회수가 천단위에 육박하는 이 곳에서 굳이 강리자 자신을 위해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억측이었다.
쿠첸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지만 강리자의 메커니즘으로는 알 수 없었다. 게시판의 버그는 분명한 오류에서 발생한다. 쿠첸은 알 수 없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버그와 비슷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오류에서 파생된 존재는 아닐테니까.
머리가 복잡해진 강리자는 야짤들이 담긴 다른 글을 클릭했다. 글을 클릭하자 쿠첸만큼의 미학을 갖추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집념을 가진 짤들이 보였다.
'광고에 도움도 안되는 글 주제에...'
강리자는 그 짤들을 혐오하면서 한편으로는 욕망했다. 쿠첸을 향한 그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였다.
'쿠첸도 이런 글을 클릭해서볼까..?'
'쿠첸은 어떤 사람일까..?'
'쿠첸은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쿠첸은..'
강리자는 자신도 모르게 쿠첸에게 빠지고 만 것이다..!
1.
"리허설 무대에 올라가셔야 합니다."
쿠첸은 도도하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대기실 의자에 앉아 한손으로 가터벨트를 채우며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자신의 글은 조회수가 폭발하고 있었다.
쿠첸은 픽하고 웃었다.
'나는 현실에서도 아이들의 아이돌이고, 가상에서도 아이돌이지... 사랑방의 아이돌..!'
하지만 오늘도 자신의 글에 댓글에 달지 않는 사람은 강리자 뿐이었다.
'언젠간.. 너도 나에게 넘어오게 될거야'
쿠첸은 다시 한번 씩하고 웃으며 무대로 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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