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잘나가는 합창음악 작곡가로 알려지게 된 다니엘 엘더. 동부에서 학교 다닐 적에 같이 입학해서 같이 합창단 생활도 했던 애다. 작곡가로서 그 때부터 이미 실력을 높게 평가받아 학교에서 직접 음반을 녹음해주기도 했다.
곡을 예쁘게 잘 쓴다. 쉽고 좋은 곡도 꽤 있어서 미국에서는 중고등학교 합창단부터 프로페셔널 합창단까지 널리 연주되고 있는 편.
근데 이자식이 이번 시위에 관련해 사람들과 SNS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싸고 사라졌다.
Enjoy burning it all down, you well-intentioned, blind people.
I'm done.
이번 조지 플로이드 사망-이라기보다는 살인-사건 때문에 사람들이 들고 일어날 때 꽤 많은 도시에서 시위가 폭력적으로 번지면서 경찰차, 청사, 상점 등이 불타거나 약탈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것을 가리켜 시위하는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불지르고 다니는 눈먼 사람들로 표현하고 자기는 더 이상 할말 없다고 남긴 뒤 계정을 닫아버리니까 사람들이 폭발하고 말았다. 우리 학교 출신들은 거의 대부분이 '소수'에 속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동기들 대부분이 성소수자, 유색인종, 이민자 등 미국 사회에서 주류에 들어가지 않는 마당에 백인 남성이 페이스북에 저렇게 써버렸다는 것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한 후폭풍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다니엘은 그 이후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이 이메일과 전화로 항의를 했으나 다니엘은 SNS를 다시 켜지 않았다. 대신 페이스북 그룹 중에 수많은 지휘자들이 가입해 활동하는 그룹이 하나 있는데 그 그룹 페이지 관리자에게 자신의 해명글을 전달했다. 글이 꽤 긴데 대충 축약해서 써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다양성을 부정하는 소셜 미디어에 질렸다....전염병이 도는 이 시기에 전국적인 시위가 겹쳐 요즘 잠을 못잤다...뉴스에서 사람들이 청사에 불지르고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걸 보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마틴루터 킹 목사가 흑인 인권운동하던 시절에는 평화시위를 했는데 지금 시위는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페이지를 닫으면서 폭력시위를 하는 이들을 가리켜 즐겁게 불태우고 있어라 눈먼 이들이여 하고 글을 쓴 뒤 모든 앱을 지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알림이 22개 와 있었다. 미처 못 지운 페이스북 페이지 앱이었다. 사람들이 의도를 잘못 해석했더라. 내가 이번 시위를 규탄한다고 생각한 사람들로부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말을 듣고 나는 배신감을 느꼈다. 나는 바로 모든 SNS 계정을 탈퇴했다. 나는 일종의 실험을 하기로 했다. 꾸준히 투표하고 자선단체에 기부하며 휴머니즘과 화합, 사랑에 대한 음악을 작곡하는 예술가인 내가 모든 글에 답을 다는 대신 사라졌을 때 그들은 과연 나를 향해 진짜로 계속 목청을 돋울 것인가?
일요일 오후에 욕하는 이메일이 몇개 왔다. 업무용 메일로도 계속해서 "네가 문제다" 같이 나에 대한 증오를 담은 내용이 계속 왔다. 한때 내 작품이 자기 학생들에게 감동이 되었다고 말하던 합창단 지휘자들은 내 작품을 더 이상 연주하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나를 믿어주는 지인들은 내 삶을 걱정해주었다. 내 경력도 끝나고 내 작품도 잊혀질 것이라는 걱정에 자살충동이 일었다. 예술가에겐 지옥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일요일 밤 시위 중 방화를 저지른 자가 체포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내 자신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봐야 정확한 걸 알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은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아나키스트에 가까웠다. 내 감각은 이 자의 증오는 진짜라고 말하고 있지만 만약 내가 틀렸다면 즉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이다.
이게 소셜 미디어의 공격을 끝내지는 않았다. 내는 평생 긍정적인 생각을 퍼뜨리는데 열심이었는데 소셜 미디어 중에서도 특히 좌파 예술가 사회는 날 없애려고 한다. 같은 예술가를 이렇게 공격하면 언젠가 당신들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나는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당했다. 몸과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서 더 이상 논의를 할 수가 없다. 내 마지막 탄식을 그저 시위를 반대하는 것 처럼 싸구려 취급하는 걸 보니 차라리 쓰지 말 것을 그랬다. 하지만 나는 계속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화합을 이끌어내는 곡을 쓸 것이다.
이새끼야 해명을 해야지 왜 자기 자랑과 결심을 써?
지가 틀렸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이 자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열심히 설명한 다음 폭력시위를 가리키며 MLK, 흑인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루터킹을 들먹였다. 정말 백인스러운 말이다. MLK가 "폭동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말했듯이 이번 시위는 흑인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죄 없이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수십번 일어나는데도 백인 사회가 귀를 기울이지 않은 탓에 폭력을 폭력으로 답한 결과인 것이다. 다니엘은 자기를 피해자로 만드는 동시에 항의하는 동료 예술가들에게는 "그렇게 하면 아무도 옆에 남지 않을 거다"라며 비아냥거리는 해명글을 남겼고 이에 진짜로 열받아버린 사람들은 이제 철저하게 보이콧에 들어갔다.
다니엘이 계약한 메이저 출판사 중 한 곳은 흑인음악을 많이 내는 곳인데, 이곳은 위의 소식과 그의 해명글을 보고 다음날 바로 그의 글은 회사의 뜻과 다르며 앞으로 공개적인 해명이 없는 이상 그가 쓴 작품의 출판을 유보하겠다는 회사의 입장을 발표했다.
한 때 내 룸메이트였던 톰이라는 애는 지금 작곡계에서 다니엘만큼이나 꽤 유명해졌는데 얘는 한층 더 나섰다. 다니엘의 I'm done이라는 말을 I'm NOT done이라고 받아치면서 자신이 아는 모든 회사와 합창단 대표들에게 손편지로 이 정황을 써서 혹시라도 콘서트 프로그램에 다니엘의 곡을 고려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할 것을 요청하는 글을 보낸 것이다.
다니엘의 전 여친은 "마음에 있는 생각이 넘치면 입으로 나온다"라면서 자기가 겪은 바 그대로 속이 더러운 새끼라고 인증했다. 다니엘이 말한 "예술가에게 있어 지옥같은 삶"은 이제 수많은 사람이 현실로 만들기 위해 모여드는 프로젝트가 되었다. 지인이 요렇게 되니 좀 씁쓸하긴 하지만 제 무덤을 직접 판 걸 뭐. 같이 학교 다닐 적에 나한테도 종종 이상한 쌉소리를 했는데 나는 그 때 유학 1년차라 영어 실력이 딸려 대부분 못 알아들었지만 주변 애들 눈치가 요상하긴 했다.
아마 내버려 두었어도 언젠가는 이런 일이 언젠가는 터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