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목요일 밤.
오락실 주차장에서 차 안에 열쇠를 두고 잠가버린 로보. 예전에도 한번 이랬다가 발렛파킹 요원 중에 문 잠긴 걸 열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므로 직원에게 부탁을 했는데...주말에는 늦게까지 근무하지만 평일에는 일찍 돌아가므로 지금은 열어 줄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긴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1시경
일단 침착하게 입장해 126달러를 땁니다.
오전 2:17
조금 돈을 아끼기 위해 30분 정도 걸어 근처 영화관 쪽으로 나와 우버를 불렀습니다. 집 열쇠도 없어서 집으로 가는 대신 24시간 하는 월마트로 행선지를 잡았습니다.
오전 3:05
월마트에 도착해서 이리저리 어슬렁거립니다. 몇 년 전부터 레트로 게임기가 유행하더니 이제 파이널 파이트와 닌자거북이도 나오는군요.
물론 오늘 이걸 사는 건 예정에 업습니다. 대신 전화기 배터리가 죽어가고 있으므로 차저와 케이블을 삽니다. 한 시간 정도를 돌아다녔더니 눈치도 보이고 또 그저께 링피트 하다가 작살난 몸 때문에 다리가 터질 것 같아서 한 블록 위 IHOP(International House Of Pancakes)로 이동해 이른 아침을 먹기로 했습니다.
오전 3:45
가게에 들어가니 손님은 동양인 커플 한 쌍과 할아버지 셋(IHOP은 55세 이상 할인)이 있더군요. 이 시간에도 손님이 있긴 있구나…혼자였으면 뻘쭘할 뻔 했는데 다행입니다. 디카페인 커피와 팬케익 콤보를 주문했습니다.
이제 죽어가는 핸드폰 배터리를 살려야 하는데…제길 케이블을 잘못 샀네요. 다행히 시험 공부 기간에 주머니에 넣어뒀던 메모지 한 움쿰이 있어서 거기에 끄적거리며 약 2시간을 버텼습니다. 커피는 원래 무제한이고 팬케익도 프로모션 기간이라 무한리필이 가능하지만 너무 이른 아침밥으로 시켜서 그런지 먹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서 처음 나온 걸 먹은 후 추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오전 5:47
저보다 나중에 온 경찰관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걸 보고 더 버티기엔 눈치가 보였습니다. 6시가 되면 전에 살다가 불나서 옮겼던 아파트 옆 코인 빨래방이 문을 여니까 거기서 시간을 때워야겠다 생각하고 가게를 나섰습니다.
오전 6:08
빨래방이 열리는 걸 봤지만 관리자가 노숙자들 들어올까봐 문 열고 나서 빨래방 실내에서 버티고 있길래 대신 한 블록 위 주유소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다시 케이블을 사는데, 직원이 그럽니다
“이거 아이폰 용 아닌데 확인했어?”
“어 그러네 알려줘서 고마워”
직원 말로는 왠지 모르게 아이폰 쓸 것 같아 보여서 한마디 했다고 합니다. 또 케이블을 잘못 살 뻔 했는데 다행입니다.
편의점을 나와서 처마 밑에 서서 슬그머니 전원을 꽂고 전화기를 충//전합니다.
추적추적 비가 옵니다.
추위에 떨면서 하스스톤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전 7:04
큰 길 건너 카페가 문을 열 시간입니다. 빗길을 뚫고 길을 건너려는데 손목의 밴드가 진동합니다. 이유는 알 것 같습니다.
오전 7시에 만보를 찍어버렸던거죠.
체력은 체력대로 소모하고 비를 맞아서 체온도 떨어졌으니 라떼를 시켜 마십니다.
이 집이 커피를 잘해요.
그렇게 오전 8시에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열 때 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우버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 사무소에서 열쇠를 받아가지고 문을 열었습니다. 밤을 샜으므로 낮잠을 한참 잔 다음 자동차 스페어 키를 챙겨다가 저녁에 다시 우버를 타고 가서 자동차 문을 겨우 열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