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font-weight: bold;">새끼발가락</span>
박후기
퇴화를 생각하면 왠지 쓸쓸해진다 쓸모없어진
가구를 버리는 것처럼 번거로운 일은 아니나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내 몸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새끼발가락, 삼백만 년을 내 몸과 함께 걸어왔을
그 뭉툭하고 못생긴 직립의 징표를
나는 쓰다듬지 않을 수 없다
까맣게 잊고 지내다 작은 티눈이 생기거나
돌부리라도 걷어차는 날이면 얼마나 아프던지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냄새나는 소가죽 신발을 벗고
못생긴 새끼발가락을 어루만진다
새끼발가락처럼,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우리들의 사랑도
점점 퇴화해간다 쓰임새를 알 수 없는,
가슴 속 아련하게 떠오르는 본능을 따라
어둠 속에서 우린 서로의 몸을 더듬고 핥으며
기나긴 밤을 지새운다 흔적들 속에서
흔적이 되어 살아가는 나를 바라보는 일이
꺼져가는 등불을 바라보는 일만큼이나 쓸쓸하지만
내 마음은 온통 떠나간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느닷없이 십만 번째의 내가 광장으로 불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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