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font-weight: bold;">남지장사1</span>
이성복
우록에는 십년 전 와보았지만
그때는 염소탕과 수육을 먹기 위해서였다
근래 우리 학생 하나가 그곳에 집을 짓고 산다기에,
한나절 놀다가 뒷산 기슭 남지장사까지 가보았다
아름드리 송림이 길길이 뻗어 있고 송림
끝나는 곳에는 이깔나무 군락이 이어져
눈 코 귀 입, 옷에도 나무향이 묻어나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감탄하다가,
소방도로 한켠에 멍투성이 뿌리를 드러내고
줄기와 가지를 부채표 활명수처럼 뻗친 떡갈나무를 보았다
오래된 둥치는 제멋대로 썩어 싯누런 속내를
툭툭 불거진 제 뿌리 위에 흩어 두고
나무는 이게 해방 전인지, 새천년 다음인지도 모른 채
낮인 듯 밤인 듯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 넓고 푸른 그늘 아래 오래 서성거리다가,
근래 들어 좀체로 강퍅해져 가까운 이름들
하나하나 살생부에 올려놓고 지워 나가던 나는
가만히 속으로 약조하였다 지금은 내가 이 나무를
내 안으로 들여와 성가신 일, 열 받는 일, 낙담하는 일
모두 그 뿌리 위에 부려 두고, 내 몸이 끝나는 날
재를 거두어 그 뿌리 밑에 묻어 주면
나무와 나는 하나 되리라고, 그러면 나도 없고
나무도 없고 짙푸른 그늘만 남게 되리라고......
남지장사 깊은 숲에서 낙조가 아름다운
저녁에 잠시 해 본 다짐이었다.
그때 나무가 얼마나 섬짓했을지, 생각도 못 하고서
# | 제목 | 글쓴이 | 조회수 | 등록일 |
---|---|---|---|---|
기분 좋은 아침^^ x 10 [7] | 자택경비원 | |||
High x 15 | 김곧은 | |||
I might never reach you, x 10 | 김곧은 | |||
0.03 x 3 | 김곧은 | |||
3am x 11 [1] | 김곧은 | |||
봄이여 오라 x 2 [5] | 곽달호 | |||
호구다! 호구가 여기있다! x 2 [7] | 도라지 | |||
영국 해병대 턱걸이 테스트해보기 x 1 [13] | 뭐! | |||
님들이 원하던 딱붙는 골지 홀터넥 x 3 [9] | 까마구_ | |||
대낮부터 청하 땡기네욤 x 1 [5] | 까마구_ | |||
밥혀? x 2 [6] | 양봉업자 | |||
한잔해~ x 1 [4] | 뭐! | |||
직관갔다와서 쓰는 오늘의 경기소감 x 1 [2] | 도라지 | |||
잘생김 x 3 [1] | 까마구_ | |||
.. x 10 [4] | 쿠쿠 | |||
갤럭시 AI 번역 x 6 [8] | 오늘의거짓말 | |||
아 갑자기 이게 자꾸 떠오르잖아 | 김곧은 | |||
애인이 떠난 자리를 치우면 x 2 [1] | 이여 | |||
Uncle Roger 개웃기네 모두까기 인형ㅋㅋㅋㅋㅋㅋ | 이여 | |||
아 메쟈 서울시리즈 직관갔다는 얘기 내가 했던가? x 16 [3] | 도라지 | |||
.. x 10 [2] | 쿠쿠 | |||
평범한 일반인 x 6 [2] | prairiedog | |||
털보에 빠져볼래? x 10 [8] | 뭐! | |||
졷성 응원가 산다고 돈없음 x 1 [2] | 자택경비원 | |||
근데 궁금한게 있어. [7] | 원기옥 |
Copyright © 2024 아스카와 나의 신혼방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