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생활비가 400달러대 아래로 내려간 이래 거의 집에만 있었습니다.

요리라고 부를 만한 걸 잘 안 만들었더니 간만에 뭐 좀 또 만들어볼까 해서 오전에 집 근처 식료품점을 들렀습니다.

오늘의 예산은 약 20달러.

<span style="letter-spacing: 0px;">미국 ATM에서 돈을 뽑으면 20달러 지폐가 나옵니다. 학생들이 점심을 먹는 데 약 8~10달러씩을 쓰니 미국인들이 느끼기로는 20달러를 만원처럼 쓰는 꼴이죠. 그러므로 한국에서 돈을 받아 쓰는 학생들에게는 체감 물가가 미국에서 달러로 벌어서 쓰는 사람들과 사뭇 다릅니다. 우리는 이게 한국 돈으로 2만원이 넘는데...하면서 쓰니까요. 아무튼 그 20달러가 있으면 이런 것들을 살 수 있습니다.</span>

어디 한번 살펴 봅시다.

샐러드용 시금치가 4달러 99센트.

두부가 한 모에 1달러 98센트 X 4개.

우유가 3달러 99센트(미국은 우유가 싼 편이지만 이건 유당불내증인 사람도 속 불편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라 가격이 높습니다)

계란 18개 1달러 69센트.

등심 0.4파운드 3달러 20센트.

과자 한 개 1달러 99센트.

이렇게 해서 합계가 19달러 82센트인데...망할 세금이 1달러 99센트가 붙어 21달러 81센트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걸로 뭘 만들었느냐면

집밥입니다.

된장찌개에 채소로 시금치를 한 줌, 두부 한 모를 빼서 반을 썰어 넣고 반년 전에 냉장고에 들여놓았다가 말라 비틀어져버린 낫토 한 봉지를 넣었더니 구수합니다.

남은 두부 반 모는 부친 뒤 고춧가루, 물엿, 간장을 넣고 조림을 만들고

낫토에 넣으라고 봉지에 들어가 있던 조미액을 등심에 뿌려 구웠습니다.

작년에 어머니 오셨을 때 주고 가신 버섯이 몇개 남아 있길래 계란찜에 넣었습죠.

우울증 약의 부작용인 식욕부진이 저에게는 일반인처럼 먹게 만들어줍디다. 약 안 먹을 때는 바로 세 공기를 비웠을 텐데 오늘은 이렇게 만들었는데도 밥을 한 공기만 먹게 되네요. 대신 두부와 계란찜은 홀라당 다 먹었지만...오히려 고기가 남았습니다. 그래서 남은 건 된장찌개로 투하.

이렇게 점심밥을 먹고 저녁 준비도 대충 끝났습니다. 한 끼에 들어간 돈은 대략 4달러 정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