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지 3일째, 오늘 일정의 메인 테마는 "폭포와 해변"이다. 오늘은 숙소에서 나와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가는 길에 잠깐 들를 수 있는 우리다포스를 거쳐, 폭포 뒤로 들어갈 수 있어 특이한 셀랴란드스포스, 호쾌한 풍경을 보여주는 스코가포스까지 3개의 폭포를 연속으로 보고, 중간에 추락한 비행기 잔해를 들러 전망으로 유명한 디르홀레이와 검은 해변인 레이니스피아라를 거쳐 스카프타펠 인근의 숙소까지 240Km를 이동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일시 : 2015년 10월 23일 오전 8시 50분
장소 : 우리다포스(Urridafoss)
설명 : 여행책자, 블로그 어디에서도 좀처럼 언급되지 않는 폭포인 우리다포스. 숙소에서 가는 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잠깐 들른 곳이다. 폭포라기 보다는 거친 급류같은 느낌이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셀카놀이도 하고 대자연에 요소비료공급(?)도 좀 하고 그랬다. 청회색의 이미지가 기억에 남아있는 곳이다.
일시 : 2015년 10월 23일 9시 45분
장소 : 셀랴란드스포스 (Seljalandsfoss)
설명 : 50Km를 다시 달려 셀랴란드스포스에 도착한다. 꽤 인지도 있는 폭포인데, 그 인지도는 이 폭포 뒤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사진 상의 뒤로 옴폭한 부분을 따라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폭포 뒤로 돌아갈 수 있는데, 우비가 없다면 쫄딱 젖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설명 : 핸드폰의 침수를 감수하고 찍은 동영상. 폭포 뒤는 해적이 보물을 감춰놓는 낭만적인 장소라는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들어가보면 떨어지는 물과 폭포 소리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낭만을 느끼기는 좀 어려웠다. 그래도 한 번 들어가 볼 만한다. 여행하면서 항상 우리를 유혹하는 것은 '지금 아니면 언제 우리가 또...'라는 생각인데 양날의 검인 것 같다. 내키면 해보자.
일시 : 2015년 10월 23일 11시 16분
장소 :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okull)
설명 : 셀랴란드스포스에서 스코가포스로 가는 길에 유명한 곳이 한 곳 있다. 2010년 폭발하여 유럽의 항공대란을 유발함과 동시에 어려운 발음으로 인하여 세계 각국의 뉴스 아나운서와 앵커들을 멘붕으로 몰고갔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이 그 곳이다. 실제 발음은 에이야퐕라요컱 정도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어는 L이 두개 붙어있으면 T발음이 들어간다. 뉴스 아나운서들이 나중에는 발음이 너무 꼬이니까 The Volcano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친절하게도 Before & After를 볼 수 있도록 폭발 당시의 사진을 붙여놓았다.
일시 : 2015년 10월 23일 11시 39분
장소 : 스코가포스(Skogafoss)
설명 : 셀랴란드스포스에서 30Km 떨어진 스코가포스. 사실 계획을 짤 때, 폭포만 3개를 연달아 보는 것이 좀 지루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 폭포 나름대로의 다른 개성들이 있어서 그 차이를 보는 것도 즐거웠달까? 스코가포스는 보는 순간 저 많은 물들이 도데체 어디서 나와서 떨어지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느닷없달까? 전혀 폭포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서 짠~하고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다.
설명 : 10월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달이다. 계속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는데(심지어 30분 전에는 우박을 맞기도 했다.) 갑자기 해가 반짝 나면서 무지개가 뙇!!!
일시 : 2015년 10월 23일 12시 12분
장소 : 아이슬란드 남부 어느 해안 (위도 : 63.459104, 경도 : -19.364757)
설명 : 1973년 추락한 미해군 소속 DC-3기의 잔해. 비포장 도로를 10분 남짓 달려야 하는 곳인데, 4륜구도 SUV의 진가가 발휘된 곳이다. 나중에 어떤 사람에게 들었는데 소형 세단으로 오고가는데 30분 넘게 걸렸다고 한다. 흑백사진처럼 보이지만 위 사진은 절대 흑백모드로 찍은 것이 아니다. 여기서 좀 짜증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왠 중국인 커플이 와서는 거의 30분동안 저 비행기를 점령하고 화보를 찍고 있더라. 중국인 여행자를 만나서 유쾌했던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일시 : 2015년 10월 23일 12시 15분
장소 : 아이슬란드 남부 어느 해안 (위도 : 63.459104, 경도 : -19.364757)
설명 : 중국인 커플의 점령행위에 지쳐 잠시 와이프의 뒷모습을 도촬. 역시 컬러 사진임.
일시 : 2015년 10월 23일 13시 47분
장소 : 디르홀레이(Dyrholaey)
설명 : 디르홀레이는 화산재로 인해 만들어진 흑사장(?)을 절벽 꼭대기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검은 해변으로 유명한 레이니스피아라를 멀리서 볼 수도 있고, 절벽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해안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하지만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이곳의 바람. 풍경이 너무 멋져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는데 비바람으로 급히 철수. 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내가 맞아본 바람 중에서는 가장 강력했다. 뒤에서 쾅하고 때리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질뻔도 하면서 어찌저찌 주차해놓은 곳까지 왔는데 바람 때문에 차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잠시 바람이 잦은 틈을 타서 차에 탔는데, 컴팩트 사이즈라고는 하지만 SUV이고 성인이 2명이나 탔는데 차가 좌우로 흔들흔들하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설명 : 디르홀레이에서 바라본 흑사장. 해변에서 까마득하게 높은 절벽 꼭대기인데도 안전장치라고는 나즈막한 쇠사슬 하나가 전부다. 여기 관광지는 사람의 손을 최소한으로 대는 것이 컨셉인 듯 했다.
일시 : 2015년 10월 23일 15시 50분
장소 : 레이니스피아라 (Reynisfjara)
설명 : 중간에 비크(Vik)라는 마을에 들러 민생고를 달래고 추위를 막아줄 파카를 하나 사고 들른 레이니스피아라.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애니메이션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한다. 누군가 블로그에 써놨던데 매우 공감했다. "드래곤 한 마리쯤 날아다니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풍경이다"
설명 : 시차 때문에 새벽에 일어났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오로라(사진 오른쪽 아래 산 위쪽에 희미한 녹색이 오로라. 실제로는 저것 보다 훨씬 진하게 보였음). 아주 약한 오로라였는데, 이것이 우리 여행의 마지막 오로라였다. 아쉬움이 크지만 어디 그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오로라 투어를 갔다가도 허탕을 치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니 그걸로 자위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