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쉬는 시간이 되고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일제히 시작한 이야기는 바로 전에 치른 언어영역 지문 얘기였다.
나중에서야 그 수필이 그렇게 유명한 작품인 걸 알았지만 그 지식적인 앎이 오기에 앞서 글 자체로부터 느껴지는
순수함으로 인해 고3 그것도 남자들로 가득차 있는 남고 교실이었지만 온통 그 이야기뿐이었다.
그 주 토요일 하교길, 서점에 들러 고른 수필집은 피천득님의 '인연'이었다.
2.
처음에 러블리즈의 곡 안녕에 주의가 기울어졌던 이유는 가사보다는 리듬감(?) 아무튼 곡 때문이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분명히 떠오르는 이미지, 고백을 앞두고 설레는 소녀의 심정.
그래 바로 "격정"이었다.
3.
군대 입대를 2주 앞둔 시점이었다. 뻔히 보였으나 그 아이는 나보고 교보문고에서 잠깐 만나자고 했다. 줄것이 있다고,
지금은 십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나에게 과자바구니를 안겨주던 그 아이의 쑥스러운 표정은 어렵지않게 기억해낼 수 있다.
태어나 처음 받아보는 발렌타인 선물.
그때 놓인 상황이 나를 본래 모습보다 더 동경(?) 아무튼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었을것이다.
그냥 일반적인 관계에서 만났다면 이런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았을테지...
나름 마음에 준비를 하면서 의연히 보고 오자고 생각하며 나갔엇던 자리
그 아이가 기억하는 내 모습은 어땠을까?
4.
여름의 열기가 더해지던 무렵 홀연히 들려오던 여자친구의 신곡 "오늘부터 우리는"은 이런 표현이 적당할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한 냉수같았다. 그것도 여름철 언덕을 올라와 한모금 마시는.
올해 초 러블리즈의 안녕과 비슷한 시기에 유리구슬이라는 곡을 같이 듣긴했지만 안녕 만큼 귀에 들어오진 않았던 노래였는데..
무대 영상을 봤다. 뮤직뱅크에서 처음 보았던 것 같은데 중간에 무대를 가로지르는 안무가 인상적이었다.
가삿말이 참 예뻤다.
그 또래 소녀가 좋아하는 소년과 우리 이제 오늘부터 사귀는 거야 말하는 내용
중간에 독일말로 추정되는 후렴구도 나오기도 하는,
그때 이후로 계속 길거리든 라디오든 우연히 들려오면 반가운 곡이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span style="font-size: 10pt;">
</span>
<span style="font-size: 10pt;">5.</span>
<span style="font-size: 10pt;">이 두 곡 모두 어떤 상상의 문턱으로 나를 이끌어주었다.</span>
<span style="font-size: 10pt;">소녀, 학생이라고 해도 좋겠다.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기 전, 그 시기에 있는 여인이 누군가에게 </span>
<span style="font-size: 10pt;">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게 되는 과정을 </span><span style="font-size: 10pt;">듣고 있노라면 그 가사와 음색을 통해 홀연히 그 장면안에 서있는 나를 본다.</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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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pan style="font-size: 10pt;">6.</span>
<span style="font-size: 13.3333px;">좋아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은 항상 스스로의 바다를 동요케 만든다.</span>
<span style="font-size: 13.3333px;">그렇게 스스로 요동시킨 바다를 건너 마음을 전할때 느껴는는 격정, 그것이 그리운 요즘이다.</span>
<span style="font-size: 13.3333px;">비단 타인과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스스로와도.</span>
<span style="font-size: 13.3333px;">
</span>
<span style="font-size: 13.3333px;">7.</span>
<span style="font-size: 13.3333px;">그렇게 산 피천득님의 수필집은 하지만 왜인지 모르지만 그 당시 읽어보진 않았다.</span>
<span style="font-size: 13.3333px;">지금도 책장에 꽂아놓고 가끔 꺼내보곤 하지만 스킵하며 훑어보기만 할 뿐이다.</span>
<span style="font-size: 13.3333px;">그래 이렇게 된것 올 가을에는 다시 한번 인연부터 해서 피천득님의 수필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span>
소녀의 격정이 용기를 내야 결국 둘이라는 사이로 발전해갈 수 있듯이
내 격정 또한 용기를 낸다면 스스로의 바다를 결국 건너갈수 있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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