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주는 모차르트 레퀴엠이었다.
합창을 들을 때 까지는 괜찮았는데 곡중 솔로이스트들의 노래를 듣다가 상념에 빠졌다.
오늘 솔로이스트 중 한 분은 합창단 선배셨는데 미대(내 기억이 맞다면 산업디자인과)를 다니다가 합창단에서 영향을 받은 까닭에 4학년 때 성악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한 케이스였다. 어머니 홀로 아들을 키우다가 그래도 졸업하고 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난데없이 성악을 하겠다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아셨다나.
원래 어려운 집안 형편에 계속 학교를 다니다보니 등록금을 낼 형편이 없던 때도 있었는데, 선배님은 노래실력 덕분에 국내 유수의 콩쿨에서 1등상금을 타서 등록금을 해결했고, 지금은 국내외를 다니며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학부생 때 합창단에 간식 후원하러 오셨을 적에 연습 후 애프터 모임에서 들었고, 나도 계속 정진하면 저런 말을 할 수 있고 저런 실력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부러워했다.
지금은 그로부터 15년정도가 지났고, 선배님은 더욱 원숙한 소리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며 나는 변두리에서 성악가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며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살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도 생각이 많았다. 나는 사람들에게 나는 가르치는 쪽이 더 맞으며 연주자보다 연구자, 학자, 교육자로 살고싶다고 항상 말해왔지만 사실은 내가 노래로 탑을 못 찍으니까 도망치듯이 변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쪽은 좀 비약이 심한 것도 있는 것 같지만...내가 아직까지 오늘 정도 규모의 연주회에 불려가서 솔로를 할 실력도 네임밸류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어쩌면 좋나...고민하던 끝에 깨달은 것과 결심한 것은 있다.
첫째, 내가 올해 월수입을 늘리려고 발버둥친 것의 절반은 부모님이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것.
둘째, 내가 노래를 때려치지 않는 이상 당장 월수입 몇십만원 늘리기도 어렵다는 것.
셋째, 그러므로 음악을 계속 하는 이상 미친 척 하고 멀리 봐야겠다는 것.
그래서 좀 더 불효를 하기로 작정했다. 월수입 10만원 늘리는 것에 목매지 말고 노래를 더 파야지.
그러다 빛도 못보고 죽어버리면 별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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