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어찌어찌하여 11년간의 히키코모리 생활을 마치고 구미에서 노가다 시작함.
*나는 11년간 방구를 참은 적이 거의 없다. 고시텔 방은 아주 얇지만 벽은 있고 단절돼 있으니까 상관이 없는데 현실은 생각보다 방구 참을 일이 많다.
*나는 생각보다 체력이 좋다?? 왜인지 하루종일 2만보 가까이 걸으면서 무거운 거 나르고 하는데 생각보다 멀쩡함. 근육통도 없고. 인줄 알았으나 3주쯤 지나니까 하루 종일 피곤함. 죽겠음.
*노가다 일당은 생각보다 막 그렇게 많지는 않다. 주 6일인데 거 너무 짠 거 아니오!!
*사실 올초부터 득템한 지병이 하나 있음. 과민성 대장증후군. 아침에 뭘 먹으면 설사 터짐. 일어나고 3시간은 지나야 먹을 수 있는데 노가다는 그런 사정을 봐줄수 없으니 6시에 일어나서 12시까지 물만 먹고 일하니까 너~~~~무 힘들다. 물도 마음대로 못 먹음. 시발.
*나랑 사장 포함 4명인 회사인데 하청의 하청인지 그냥 하청인지 모르겠고 코로나 이후에 다 나갔다고 함. 사무실 직원 하나 더 있는데 거의 마주칠 일이 없음. 이름도 모름.
근데 여기 분위기가 이상함. 다들 60대이신데 서로 무시하는데 싸우는 건 아니고 근데 또 농담할 때는 하고 웃다가 갑자기 싹 무시하고 그럼.
*b가 오늘 어디 무슨 작업하는지 어떤 장비를 가져가야 하는지 물어봤는데 a 대답 안 함. b는 다시 묻지 않고 대충 장비 챙김. a는 사장이라 대부분 현장에 있지 않고 이곳 저곳 다니느라 바쁨. 하루 작업이 거의 끝나고 a가 와서 작업에 대해서 물어보면 b가 아무 말도 안 함.
*전기톱 날 사러 갔는데 a가 b에게 같이 내리자고 함. 아무래도 b가 쓸 일이 많으니까(?). b 같은 거 사오라함. a는 차문을 묘~~~~하게 아주 애매하게 세게 닫음. 한두해 같이 일한 것도 아니고 저 나이에 자존심 싸움하나 싶다가도 농담할때는 잘 웃고 그럼.
그들 사이에서 눈치보는 내가 젤 불쌍.
tmi 저 중에 한명과 사무실 직원 코인 물림.
*현장 용어를 알아듣기 힘듦. 새파란 뭐를 가져오라는데 알 수가 있나. 알고 보니 (스)빠나시ㅂ사미리. 보루 못 알아듣는 나도 짜증 나고 시킨 사람도 짜증남. 요때 대위기였으나 잘 참아서 넘어감. 내가 계속 못 알아들으니까 이제는 두번 물어봐도 짜증 안 냄. 다만 몰래 안/전모를 집어던져서 3개째 쓰고 있음. 안/전모는 튼튼한데 안쪽에 플라스틱이 깨지더만.
*첫 월급은 이곳저곳에 쓰고 지금 29만 원 남음. 왜지?? 다 어디 갔지??
다음 월급 받으면 하리보 다 디졌으. 이미 조금 죽였음. 개꿀맛.
*배민 처음 가입하고 몇 번 시켜먹는데 배달비 장난 없네. 도로 하나 건너면 1000원씩 올라가. 뭐 쫌 이름 들어본 가게는 다 5키로 이상 떨어져 있어서 배민에 굴복함.
*그 지난번에 오픈카톡방에서 지켜본 건 나임. 인사하는 프로도였나?? 지들도 누군지 말 안 하면서 나 보고만 누구냐고 물어봄. 사실 카톡 깔린 아이폰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서 못 읽고 타이밍이 어긋난 거뿐인데 너무 기대하잖아?! 아 근데 내가 뭐횽도 아니고 오거횽도 아닌데 나 사실 거기임~~하면 분위기 어쩌라고 부담되잖아 멍청이들아. 그래서 조용히 나옴.
*원룸에 살게 되었는데 꿀팁 받음.
청소라든가 음쓰 처리라든가 분리수거라든가 기타 등등.
소신 발언. 신혼방 굿즈 안 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