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기든지 사람들은 좀 먹고 살 만 하면 엔터테인먼트를 찾습니다. 초기 미국 식민 사회는 진짜 먹고 사는 게 힘들다보니 학교에서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가르치느라 정규 과목으로 음악을 넣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죠. 그 결과 자생적으로 문화예술이 뿌리를 내리기는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구경하러 올 청중도 적고 제대로 훈련받은 예술인도 없다시피 했죠. 거기에 18세기 중반까지는 무대가 설치된 공연장 같은 건 꿈도 못 꿀 상황이다보니 <span style="letter-spacing: 0px;">여관, 술집, 마굿간, 광장, 길바닥 같은데서 옛날 약장수들 공연하듯 하는 게 다였죠</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span>
시간이 지나면서 돈 있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먹고 살 만 하면 찾는 게 엔터테인먼트라는데 즐길 거리가 필요하겠죠? 근데 이 식민지는 땅덩어리만 크지 노잼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당대의 공연문화는 전량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국 출신 연극단 여러 곳이 넘어오게 된 것입니다. 당시 그 어떤 도시도 이런 극단이 1년 내내 머물 수 있을 만큼 서포트를 해 줄 만한 형편이 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은 순회공연을 돌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의 순회공연지는 필라델피아 뉴욕, 찰스턴 같은 미 동부 뿐만 아니라 바베이도스나 자메이카 같은 캐리비안 지역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영국 극단이니까 당연히 공연물은 셰익스피어 비극, 코미디, 익살극, 판토마임 등을 포함해 <span style="letter-spacing: 0px;">전부 영국산이었습니다.</span>
영국 극단들은 18세기 중반에 유행하던 '영국식 오페라'라는 걸 들여오기 시작했습니다.
정석적인 '이탈리아식 오페라'가 모든 대사를 노래하듯이 부르는 것과는 달리 현대 뮤지컬처럼 대사를 치고 작곡가와 대본가의 협의를 통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탄생시키는 대신 <span style="letter-spacing: 0px;">단순한 노래를 사용하고 이미 존재하는 유명한 곡을 가져와 쓰는 </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식이었는데 이것을 가리켜 '발라드 오페라'라고 불렀습니다. 나중에 미국에서 작곡된 최초의 오페라 또한 이 발라드 오페라의 형식을 빌렸죠. 중요한 장면만 노래를 하고 대부분의 경우 대사를 치는데 노래도 오페라처럼 막 기교를 넘치도록 보여주는 게 아니고 단순해졌으니...벌써부터 뮤지컬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군요. 청중들의 문화수준이 유럽보다 덜 고상하고 개방적이라는 것도 한 몫을 합니다. 작곡가들은 새로 열심히 곡을 쓸 필요 없이 이미 존재하는 곡들을 가져다 쓰는 걸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걸 보고 아주 적극적으로 찬송가, 대중가요 등에서 곡을 베껴쓰기도 했습니다.</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이런 극장가의 테마가 크게 바뀌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으니, 바로 독립전쟁입니다. 미국이 독립을 해버렸어요. 이제 영국은 철천지 원수가 되었으니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재빨리 자신들의 밥벌이에서 영국 냄새를 지워내기 시작합니다. </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뉴욕은 벌써 메트로폴리스 소리를 들을 정도로 커졌고, 인구는 늘었으며, 당연스럽게 자본도 모여들었습니다. 큰 도시에는 극장이 생겨났고 </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영국에서 오던 극단의 수는 줄었고, 미국 출신 배우들의 역량도 올라가기 시작했죠.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아직 영국 배우들이 지배하던 연극 시장은 슬슬 미국 배우들로 대체됩니다.</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1849년, 미국과 영국 사이의 알력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크게 터지고 맙니다. 당대 최고의 셰익스피어 배우는 영국인 윌리엄 매크레디였습니다. 영국 연극이니 영국인이 잘 하기야 하겠죠. 영국에 우호적이던 상류층들은 매크레디를 좋아했습니다.</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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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letter-spacing: 0px;">한편 미국에서 나고 자란 </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미국 출신 배우 에드윈 포레스트는 그의 라이벌로 불렸죠. 미국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중요하게 여기던 </span><span style="letter-spacing: 0px;">이민자들은 포레스트의 팬덤을 형성했습니다.</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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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년 5월 7일, 매크레디가 지금은 없어진 뉴욕의 애스터 플레이스 극장에서 맥베스를 공연하던 날, 포레스트의 팬들은 미리 극장 표 몇백장을 사서 들어간 다음 무대 위로 레몬, 썩은 달걀, 감자, 사과, 심지어 극장 좌석을 찢은 조각 등을 던지며 야유했습니다. 반대로 포레스트가 공연하는 날에는 열화와 같이 환호했구요. 매크레디는 영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그의 서포터들이 제발 다시 공연을 해 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탓에 5월 10일 다시 공연에 서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역시나,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영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극장 안으로 들어왔고, 이번에는 경찰이 막아야 할 정도로 사태가 커졌습니다. 뉴욕 8번가는 공연장으로 돌을 던지는 사람으로 가득찼고 약 1만명의 사람이 폭동에 참가합니다. 경찰력으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자 이윽고 민병대가 투입됩니다.
보병대와 기병대까지 투입된 끝에야 폭동은 제압되었고 120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끝을 내게 되었죠. 기본적으로 상류층-하류층의 갈등 + 뒤틀린 애국심 + 미국의 총사랑 등이 결합된 이 사건은 당시 극장가를 또 다른 방식으로 변화시킵니다. 너무 다양한 청중이 모이다보니 입맛이 다르고, 다름에서 오는 소란이 또 이렇게 큰 폭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span style="letter-spacing: 0px;">당시 극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한 회에 두 편의 영화를 동시상영하기도 했던 것 처럼 비극, 희극, 코믹 오페라, 보드빌 쇼 등 여러 장르의 공연을 한번에 다 했는데, 이제는 이걸 다 따로 나눠서 특화된 공연장을 만들게 된 겁니다. 외국산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오페라 전용 공연장으로, 서커스 좋아하는 사람은 서커스 공연장으로, 코미디, 야한 쇼, 단막극 등등 말입니다. 바로 이 특화 시스템이 오늘날의 공연문화를 만들게 됩니다.</span>
<span style="letter-spacing: 0px;"> 18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공연장은 한 시즌에 수십가지 레퍼토리를 돌려야 했습니다. 극장 운영은 곧 공연 운영과 동일시되었으므로 극장 혹은 극단에 고용된 배우들은 수십가지 배역을 해내야 했고 한 공연에서도 여러개의 배역을 맡을 수 밖에 없었죠. 이게 1860년쯤 들어서면서 하나의 공연을 위한 프로덕션이 한 시즌에 정해진 작품을 공연하는 식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한 극장에서 안정적으로 정해진 작품을 공연하려면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자연스럽게 극장끼리는 다닥다닥 붙어서 한 곳에 모여 성장하게 되겠죠? 그리고 그렇게 하기에 딱 좋은 곳이...뉴욕의 넓은 길, 브로드웨이였습니다.</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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