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원래는 월요일에 수업이 없었는데 마지막에 추가한 수업이 하필이면 오후 6시. 결국 일주일 내내 학교 가야 하는구나. 박사까지 왔는데 지금까지 그래왔듯 주 4회 출석을 못해봅니다. 일단 출발 전에 지난주 토요일 IKEA에서 사온 모카포트로 내린 에스프레소 투샷을...혼자 마십니다.
이날은 수업 중간에 오페라 오디션이 잡혀서 노래하러 잠깐 나갔다 왔습니다. 아, 낮에는 갑자기 학교 보건실에서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기에 엑스레이도 찍었네요.
8월 25일
성악 박사는 이탈리아어/프랑스어/독일어를 각각 1년 이상 배운 적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석사 때는 3개 중 두개까지 요구해서 그 때 이탈리아어와 독일어를 했는데 결국 끝까지 피해다녔던 프랑스어를 기어코 배우게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두 학기동안 언어 수업을 듣는 대신 불어 강독 수업을 들으면 1학기만 해도 요구사항을 채운 걸로 쳐준다기에 수강을 하게 됐지요. 수업의 목표는 '프랑스어로 된 자료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빡빡할 걸 아니까 걱정.
오후에는 교내 자연사박물관을 구경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가방이 너무 무겁다는 생각에 개인 락커를 신청했습니다.
8월 26일
룸메이트가 썸을 탈랑말랑 하는 여자사람을 집에 데려와 같이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볼 것이니 형의 요리 솜씨를 뽐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오전 수업 후 다음 수업이 오후 6시였으므로 수업이 끝난 후 서둘러 강된장(밥을 먹을 경우)과 치킨수프(빵을 먹을 경우)를 준비했는데 오후 4시쯤 되어 룸메이트가 와서 하는 말이...여자사람이 아파서 못간답니다.
8월 27일
선생님이 갑자기 레슨 시간을 조정하는 바람에 급하게 준비해 간 곡으로 레슨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참 친절해서 좋지만 그 가운데서도 칼같이 딱딱 요구하는 바가 있어서 더 좋습니다. 사람이 마냥 좋기만 한 것 보다 할 건 하면서 좋으면 더 좋죠. 아무튼 공부해야 할 거리가 또 늘어났습니다.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메일을 확인해보니 신청한 락커가 배정되었으니 앞으로 잘 사용하라는 내용과 내일 보건실로 소환을 받았다는 내용, 그리고 학교 합창단 지휘자가 합창단에 들어와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오디션을 봐야 하는 합창단이지만 석사때 했던 학교가 합창으로 유명한 학교였기에 학점등록 할 필요도, 오디션을 볼 필요도 없으니 같이 하자더군요. 오케이.
집에 오는 길에 들린 식료품점에서 발견한 팬더 키티.
8월 28일
약속한 대로 합창단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연습하는 곡 악보들을 보던 중 반가운 이름이 보였습니다. 석사시절 입학 동기인 다니엘 엘더. 역시 이녀석 잘나갑니다.
보건실에 소환을 받아 가 보니 결핵균의 잠재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에게 높은 확률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현재는 전염될 가능성이나 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로이지만 매우 피곤하거나 다른 병에 걸려 몸이 약해졌을 때 발현될 수 있다면서 하는 얘기가...12주동안 약을 타 먹어야 한다네요. 일단 현재 상태를 다시 체크하기 위해 3주전에 했던 혈액검사를 또 하게 됐습니다.
혈액검사가 끝나고 나니 토끼, 강아지, 고양이 중에서 원하는 그림을 고르라더군요. 고양이를 고르니까 밴드에 고양이를 그려주는 의사샘.
검사 후, 일주일동안 학생들을 상대로 포스터를 팔던 것이 생각나 포스터를 몇장 사기로 했죠. 저는 미국 지도, 아인슈타인의 명언 중 하나, 그리고 슈퍼마리오 스테이지 1-1 포스터를 샀습니다.
그리고 오페라 오디션에 떨어졌다는 사실도 알았다는 건 덤.
8월 29일
룸메이트가 기어코 소파와 TV를 사자고 해서 근처 구세군 상점에서 소파, TV, 그리고 TV장을 샀습니다. 모두 중고품인데다(TV가 11달러 등등) 학생 할인 20%까지 해서 79달러 36센트. 근데...요놈이 소파 사고 나니까 이젠 차를 사자고 합니다.
점심에는 깻잎무침을 잘게 찢어서 계란에 섞어 계란말이를 만들었습니다.
8월 30일
교회에 도착한 후 생각이 나서 학교 수업 관련 페이지에 적혀있는 글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저는 밤 열두시까지 마감이라고 생각한 숙제가 낮 열두시까지였다는 사실을 보고 살짝 정신을 놓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숙제 업로드 페이지가 열려있는 걸 본 뒤 늦게나마 숙제를 올렸습니다.
자기가 삼천달러짜리 차를 살 테니 천불만 펀딩을 해 달라는 룸메의 의견을 거절한 후 덥수룩한 머리를 클리퍼로 쳐냈습니다. 룸메가 숱가위를 가지고 있길래 앞머리도 조금 해 봤는데 나쁘지 않군요.
이렇게 캔사스에서 시작하는 학기의 첫주가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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