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지휘자들 오른손에 들려있는 가느다란 막대기, 지휘봉입니다.
지휘자들이 쓰는 가느다란 나무 막대기를 지휘봉, 혹은 바톤(Baton)이라고 부릅니다.지휘봉을 사용하는 목적은 손으로 지휘하는 것보다 움직임을 크고 확실하게 만드는 데 있지요.
<span style="letter-spacing: 0px;">그래서 상대적으로 지휘자와 가까운 위치에 서는 합창단을 위해서는 맨손으로 지휘하는 것이 별 문제가 없지만 규모가 크고 악기마다 다른 악보(자신의 파트만 적혀 있는)를 사용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 지휘봉 사용을 선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합창지휘자들은 잘 안 쓰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이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 1925~2016) 같이 지휘봉을 쓰지 않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도 있습니다.</span>
사람마다 지휘봉을 쥐는 방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저는 손바닥 중앙에 손잡이 끝을 대고 팔의 연장선으로 사용하는 쪽입니다만 자신이 가장 지휘를 잘 할 수 있는 형태, 즉 지휘를 받는 대상에게 명확하게 자기 뜻이 전달 될 수 있는 방식이 가장 좋은 방식이겠지요.
지휘봉은 길이 모양도 다양합니다. 보통 자신의 팔꿈치 안쪽부터 손바닥 중심에 이르는 길이를 고르는 것이 밸런스상 적합합니다만, 영국의 헨리 우드 경 같은 지휘자는 장장 24인치짜리 지휘봉을 주문한 일도 있습니다.
지휘자와 지휘봉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709년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됩니다. 대규모의 훈련 받은 연주자들을 금으로 만든 지팡이로 박자를 제시해 “같이 음악을 시작하고 같은 속도로 연주할 수 있게 한다”는 기록을 볼 때, 지금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은 이미 그때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지휘봉의 시작은 지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도 지휘봉을 가리키는 “Baton”이란 단어는 프랑스어에서 나온 것으로 bâton이라는 말 자체가 지팡이라는 뜻이죠. 이런 지팡이 형태의 지휘봉은 중세부터 18세기까지 남아있었습니다. 주로 6피트 정도 길이의 지팡이를 땅에 쿵쿵 찍으면서 박자를 세는 형태였는데, 이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는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장 밥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 1632~1687)일 겁니다. 그렇게 쿵쿵 찍다가 자기 발을 찍고 세균성 괴저로 인해 사망하고 말죠. 영화 “왕의 춤”에서 이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륄리의 사망 이후에도 큰 지휘봉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18세기부터 작은 지휘봉의 원류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오케스트라가 커지면서 악장(Concertmaster)이 연습 등에서 지휘를 할 때 자신의 활을 가지고 지휘를 하게 된 것이죠. 역시 무거운 지팡이보다는 가벼운 막대를 써 보니까 훨씬 나았던 걸까요? 19세기가 되면서 지휘봉은 작아집니다. 이때의 지휘봉은 양 끝에 손잡이가 달리거나(현재 마칭 밴드 등에서 쓰는 것 처럼) 납작하거나, 혹은 해리포터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마법 지팡이 같은 형태였습니다. 1820년대부터 지휘봉의 사용은 유행처럼 번져 나갔지만 아직 사람들은 지휘봉을 사용한 지휘법에 익숙하지 않았죠. 일례로 멘델스존은 1832년 영국에서 지휘를 할 때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지휘봉을 쓰지 말라고 반대를 받은 적도 있었죠. 하지만 결국 지휘봉의 사용은 음악계에 정착됩니다. 아직 현대적인 형태의 얇은 지휘봉은 나타나지 않았지만요. 예를 들어 바그너는 자신이 직접 만든 막대 형태의 지휘봉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1862년 9월 12일 바그너가 오페라 로엔그린의 공연을 끝낸 뒤 오케스트라 카펠마이스터에게 선물로 준 지휘봉입니다. 초기 지휘봉의 형태 중 하나인 납작한 모습이죠?
지휘봉의 사용이 당연시된 이후 지휘봉 제작사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연구를 거듭한 끝에 현재와 같은 모습의 지휘봉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만, 정확하게 누가 손잡이와 봉의 구분을 두기 시작했으며 누가 손잡이에 코르크를 쓰기 시작했는지 등 세세한 정보는 오히려 200년 전의 이야기보다도 정보를 얻기 힘드네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른 글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