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난 인생에서 정말 실망 많이 했던 것들.
나는 사실 식욕도 수면욕도 성욕도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것. 그런 애들 있었지, 막 머리채 쥐어뜯고 뺨때리고 헤어지고 이어지고를 반복하면서 몸이 그리워서 못 헤어지겠더라, 라고 말하던 애들이 나는 항상 좀 신기하고 부러웠어.뭐?! 인간이 그렇게도 된단말이냐?! 이런 느낌으로. 티비나 책 드라마를 봐도 항상 성욕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었는데 나는 특정인을 제외하고는 스킨쉽에 매우 인색할 뿐더러 동물을 만지는걸 더 좋아해. 오르가즘 좋지, 근데 나는 소위 말하는 현자타임이 진짜 오래, 길게 가는 편이어서 할때는 너무 좋지만 몸이 떨어지고 나면 만사 피곤하고 다시 하고싶지도 않음. 체력이 딸려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한창 컨디션이 좋았던 시절에도 언제나 그랬다. 내가 원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고, 이건 지금까지도 죽 이어져내려오는 듯. 다만 상대가 너무 좋아해주니까 열심히 봉사하는 타입이랄까. 업앤다운. 어릴때도 머리가 굵어졌을때도 좆같은 엄마의 개소리에만 나사가 풀릴 뿐, 나를 알았던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다라는 평가를 내리기에 바빴지. 너는 애교섞인 말은 하지만 알고보면 차갑네, 라던지. 그런 애들은 좀 영민했던것 같다. 그래도 나는 항상 여지가 많다는 말을 듣는 여자였어. 그 한결같음이 지겨워지면 연을 끊곤했지만. 가슴속은 얼음을 품은듯 차가워져도 누군가 손을 뻗어오면 항상 내민 손을 한번만은 꼭 잡아주었는데, 그럴때도 나는 사실 아무런 감흥이 없었어. 그냥. 내민 손을 뿌리치기엔 너무 무기력했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언제나 손발이 차가웠던 것처럼 ,언제나 그랬었던것처럼 밀고당기기를 하는 동안 상대의 타오르는 감정이 낯설고 싫었기때문이었어. 웃으며 받아주면 언젠가는 제풀에 지쳐 꺼지곤했으니까 굳이 잠궈놓은 나사를 풀어가며 너의 예의없음과 무례함에 대한 얘기를 쏟아낼 기력따위 나눠주기 싫었거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 난다는 말이 나는 참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어. 남동생을 사랑하면서도 너와 혈육이 아니었다면 너랑 나랑은 서로 닮아서 친해질수가 없었겠구나, 라고 생각했던것도. 우리 남매의 주위에 있던 섬세한 이들은 어쩜 이렇게 똑같이 냉정하냐며 불만을 쏟아냈었기때문이었어. 크앗 저자식보다야 내가 더 따뜻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라고 남동생도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 돌이켜보니. 잃은 사람이 둘이나 되다보니 따뜻함에 집착하던때가 있었던게 남동생과 나의 차이점이랄까. 친구를 잃고난 다음에는 주위 사람들의 평가가 좀 달라지긴했었어. 그래도 사람은 바뀌진않는다고 하잖아, 나 사실은 신빵에 몇번 말했던 절친이랑 이년째 별거아닌 일로 시작해서 카톡 몇줄로 절교한 상태인데 지금 이걸 쓰다가 생각났어. 그러고보니 십오년가량은 함께 있었는데. 야 너 왜 말 그따위로 하냐. 이 한줄로 끝냈어. 와. 이럴수가. 진짜 내 생애 제일 길게 오래 함께 순간을 나눴던 사람이었는데 까맣게 잊고있었어. 깔깔깔 웃으면서도 가끔은 몸서리치게 차가운 생각을 하는 사람이 바로 나야. 그래서 로그아웃은 내가 하고싶네. 사실은. 내일 죽고싶다. 아니야 근데 사비는 다 키워야지. 근데 백곰이 잘 돌봐줄거같긴해. 굳이 내가 없이도. 다시 태어나는건 사실 참 싫은데 다시 태어나게된다면 모든 것에 열정적인 차가운 마음이 없는 몸이 유연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태어나고싶다. 그러면 이 죄책감은 다시 느끼지않을거야. 이런 점은 엄마쪽의 유전이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그런걸까, 우리 사촌언니는 조현병에 시달리다 살해당했고 그 사촌의 엄마도 조현병이었지, 엄마는 어릴때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정신병에 걸렸었던거라 말했지. 그리고 또 몇몇의 외가쪽 친척들의 사례. 산후우울증으로 설명하려 애쓰는 나에 대한 학대나 내가 사라지고 난 뒤에 행해진 남동생에 대한 정서적 학대도 그런 맥락이었겠다고. 그런 여자를 고른 아빠도 이럴때는 밉다. 왜 그랬어. 그런 여자. 하긴 제일 발등을 찍고싶은건 아빠 자신이겠지. 불쌍하고 가엾은 남자. 건강하게 태어나고 싶다. 색정광으로 태어나면 정말 더할나위없이 좋을것같은데. 로그아웃 언제 하려나. 문득 일기쓸까, 하고 꺼내봤는데 자살 계획이 너무 차분하게 쓰여져있어서 그 김에 긴 똥을 쌌다. 실행할 용기니 뭐니 그런 맥락이 아니라 제 손으로 생명을 끊었던 그 사람이 내게 준 죄책감과 절망을 내가 과연 가족이나 타인에게 안겨줄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그건 냉정함의 정도를 따져 내리는 평가와는 분명히 다르겠지.살내음찡이니 누구니에겐 늦게 피는 꽃 운운했지만 내 꽃은 이미 지고 시들었어. 아니면 꽃을 피우지않는 음지식물이었거나. 포자가 날렸으면 멋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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