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의 의견이 절대적이더라.
날 구원해 준 여신님 의견을 따라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근데 나의 결혼 로망과 신부의 결혼 로망이 다르면 결국의 신부의 의견을 따르게 되더라는.
가령 이런거지. 난 남들하는거 최대한 안하고 둘이서 직접 꾸며서 좀 더 의미있고 알뜰한 결혼식을 꿈꿨고, 여신님은 결혼때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니깐 남들 하는걸 다 해보고 싶어했지.
난 스드메 생략하고 우리가 저렴한 웨딩드레스 사서 데이트 하면서 사진 찍은걸로 대신하거나, 결혼식장도 부모님 행사니깐 교통, 음식 큰 결격사유없으면 그냥 거기서 대충. 예물도 간단한 커플링만. 대신 신행에 좀 더 힘을 싣는 걸 원했어.
그러나 여신님은 결혼때 아니면 제대로 메이크업하고 스튜디오에서 이쁘게 사진찍는 경험을 할 수가 없으니깐 하고 싶어했지. 어설프게 우리끼리 웨딩드레스 사서 사진찍는건 사진의 퀄리티가 떨어지니깐 싫어했구. 결혼식장도 인테리어가 이쁜 곳을 원했어. 예물은 명품 브랜드 커플링. 그리고 신행도 내 예상보다 훨씬 하이클래스를 원했지.
나의 로망이 있더라도 결국 여신님의 로망에 따라가게 되면서 결혼준비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어. 가난한 나에 비해 안정적인 직장덕분에 씀씀이가 클 수 밖에 없는 여신님은 나를 이해한다고는 했지만 집을 뺀 결혼비용의 80%이상을 여신님이 지출하게 되니깐 힘들어한다.
결혼준비 초기에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 여신님의 욕구를 다 컷하니깐 너무 미안해져서 결국 여신님이 원하는대로 모두 따라주었더니 경제적인 문제가 생기네. 물론 나는 이대로 가다가는 결혼식이 끝나고 나면 파산이라는 생각을 해왔지만 차마 여신님의 욕구에 반대를 하지 못했어.
결국 나의 주머니 사정을 머리로만 알고 있다가 현실로 닥치니깐 여신님은 부모님하고도 싸운것 같애. 그래서 지금 잠수 탄 상태.
내가 참 한심해 보이다가도 여신님의 씀씀이를 앞으로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
상황이 힘들었는지 잠수 탄 여신님이 원망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당장 스튜디오 촬영이 코앞인데 이상태로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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