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화요일 있던 사건으로 집에 제습기 5대가 돌아가면서 부엌을 말리고 있는지라 하루 종일 집 밖에 있기로 마음을 먹었다.
저녁에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로 해 놓고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차 안에 열쇠를 두고 잠가버렸다.
결국 모임도 제대로 못하고 다른 애 집에 잠시 들어갔는데, 여자 혼자 사는 원룸에 비집고 들어가는 건 민폐이므로 이리저리 연락을 더 넣어보았다. 한 분은 이렇게 말했다.
"경찰에 부탁하면 돈 안 받고 차 문 열어줘요"
"네, 근데 제가 지금 경찰을 부를 수 없는 몸이에요. 무면허거든요."
아파트 측 야간 근무자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문 열러 가는 사람 출장비가 50달러라고 한다. 50달러가 아까워서 밖에서 자기로 했다.
다행히 학교 기숙사에 거주하는 한 사람이 재워준다고 해서 찾아갔다.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무지하게 찝찝했지만 그래도 지붕 있는 데서 하루 잘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다음날.
예상대로 나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시달렸던 방 주인은 나를 배웅하고 다시 잠에 빠져 들었고, 기숙사를 나와 집까지 25분 남짓한 거리를 걸었다. 사무실에서 열쇠를 빌려 집 문을 열고 안에 있던 자동차 스페어 키를 꺼낸 다음 같은 단지 살고 있는 후배를 불러 내 차가 있는 주차장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우범지역에 하룻밤을 뒀지만 다행히도 창문이 깨지거나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사무실에서 직원 두 명과 함께 물에 젖은 카페트와 지붕 상태를 보러 왔다. 바닥은 다 말랐는데 아직 전원부에 물이 차 있고 천장이 얼룩져서 카펫은 주말에 스팀청소, 천장은 다음주에 마르는 대로 다시 페인트칠을 해 준다고 한다. 부엌 근처에 내가 국물 흘려서 더러워진 부분도 있었는데 이 참에 같이 닦아낼 수 있어서 잘 됐네.
아무튼 지금도 집안에 송풍기와 제습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고, 나는 너덜너덜한 몸을 소파에 던져 해가 지도록 자버렸다. 느지막히 일어나 부엌에서 거실로 옮겨온 밥솥에 전원을 넣고 밥을 짓는다. 저녁 먹고 내일 시험공부 해야지.
매일매일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이놈의 시트콤 인생. 심심하지는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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