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n style="font-weight: bold;">나비들을 위한 레퀴엠</span>
문정희
한겨울인데 뇌우가 쳤다
벌겋게 달구어진 난로를 맨몸으로 덮고
담요는 짧은 수명을 다하고 말았다
결혼 선물로 받은 꽃담요 속 초원을 날던 나비들이
불속에서 사산한 별똥별처럼 쪼그라들었다
성난 발길이 난로를 걷어차는 순간
광기의 붉은 혀 속으로 꿈 사랑 행복...... 가뭇없는
추상어들이 난분분 난분분 사라졌다
길길이 뛰던 무법자의 발길은
이윽고 어딘가를 향해 유유히 떠나갔다
쾅! 하고 문을 닫는 순간
천 개의 문이 함께 닫혔다
이리도 해맑은 순간이 있다니
페허에 홀로 선 그녀는 천형의 문자족文字族
치유 불능의 표현 욕구에 전신이 떨렸다
이 상징적인 풍경을 어떤 언어로 묘사할까
제목을 부부 싸움이라고 하면 낭만적이고 징그럽다
꽃담요 속 나비들이 소신공양을 마친 겨울 한낮
절묘한 시의 전리품 앞에 서서
그녀는 끝내 발표 안 할 시 쓰기에 골몰했다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것은 기적이다*
날마다 기적을 만들려고 했던 그녀는
마녀처럼 치마를 펼치어 식식거리는 불씨를 덮었다
곁에서 우는 아이들의 손목을 힘주어 잡았다
여기서 살기로 했다
이 무모하고 황홀한 진흙탕을 두고
어디로도 떠나고 싶지 않았다
* 에이드리언 리치 : 미국 여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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